스포츠스포일러
베이징에서 도쿄까지 역대 올림픽 개막식 연출 포인트 3편
국대 마케터 ・ 2021. 8. 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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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잠깐만요,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어요. 전 세계인이 깜짝 놀랄 개막식을 준비하세요."
유럽 전역에 휘몰아친 금융위기 때문에 런던올림픽은 '긴축 올림픽'이 예상됐다. 하지만 영국은 돈이 아닌 명예를 택했다. 2011년 1월 열린 영국 정부의 새해 첫 각료회의. 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이 전한 당시 회의 상황을 보면, 조지 오즈본 재무부 장관이 이듬해 열릴 런던올림픽 개최 비용을 브리핑하는 도중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장관의 말을 자르고 나섰다. '긴축 올림픽'을 표방한 영국 정부는 당초 올림픽 개·폐막식 비용을 2008 베이징올림픽 때의 절반 수준인 6천만 달러(약 700억 원)로 잡았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가 각료회의에서 직접 나서 예산을 더 늘릴 것을 주문했다. 반대 의견이 적잖이 나왔지만, 결국 총리의 요구가 관철돼 최종 비용은 당초보다 2배 늘어난 1억2500만 달러(약 1400억 원)로 결정됐다. 영국 정부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을 제작한 유명 영화감독 대니 보일을 개·폐막식 감독으로 데려오는 데만 6천만 달러 이상을 들였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주제는 '경이로운 섬(isles of Wonder)'이었다. 대니 보일 지휘 아래 영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 하나의 뮤지컬이었다. 총 3막으로 구성되었다. 1막에서는 산업화 이전 영국 농촌 마을의 자연과 활기찬 삶을 표현했다. 2막에서는 격동의 산업혁명 시기, 3막에서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 변화상을 표현했다.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제임스 본드와 엘리자베스 여왕 등장 장면과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용광로를 통해 등장한 오륜기다.
버밍엄 궁전에서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태우고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급히 이동하는 제임스 본드 모습이 스타디움 상단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 여왕은 빅밴, 타워브릿지 등 런던 명소를 지나 마침내 스타디움에 도착한다. 이윽고 관중 머리 위에 007주제곡과 함께 실제 헬리콥터가 나타났다.
여왕이 제임스 본드보다 먼저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렸다. 카메라는 VIP석 상단을 비춘다. 엘리자베스 2세에게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오륜기 표출은 산업혁명을 표현하는 2막에서 표현됐다. 노동자들은 연신 뜨거운 쇳물을 부어 거대한 고리 모양으로 주물을 뜨기 시작한다. 모두 기계적인 동작을 말없이 반복하며 생산활동을 한다. 시뻘건 빛이 감돌고,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면서, 마치 갓 뽑아낸 강철인 듯한 인상을 풍긴다. 마침내 다섯 개의 고리가 올림픽 오륜을 이루는 순간, 금은색 불꽃이 점화하며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런던올림픽 성화는 장래가 돋보이는 일곱 명의 선수가 선발되었으며, 영국의 원로 올림픽 선수로부터 한 명씩 각각 추천받았다. 이 일곱 명의 최종주자는 올림픽 성화가 밝히기 전까지 '시크릿 세븐'이라 불리며 그 정체와 역할이 철저한 기밀에 부쳐졌다.
여기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젤리스의 '불의 전차'를 연주하자 연주자로 함께 깜짝 등장한 미스터 빈은 끝까지 보안을 유지한 '비장의 카드'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숫자 8은 중국 문화에서 풍요를 나타내는 숫자다. 이런 이유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식은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2008명의 연주자들이 2008개의 중국 고대 타악기인 '부'를 두드리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환영했다. 두드리면 파란빛을 발하는 LED 북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2008개 LED북을 활용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한자와 숫자가 함께 번쩍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카운트 다운이 0이 되자 베이징 29개 장소에서 4만 3,000여 발의 불꽃이 베이징 밤하늘을 수 놓았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은 영화계 거장 장이모 감독에게 개·폐막식 연출을 맡기고 군인, 학생, 전문 예술단원 등 1만 4천 명을 동원하며 총 8억3100만위안(약 1430억원)을 썼을 정도로 올림픽 개·폐막식에 공을 들였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키워드는 중화의 부활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하이라이트는 중국의 4대 발명품(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을 활용해 중국의 찬란한 문화를 과시한 부분과 성화봉송이다.
종이를 처음으로 발명한 중국의 우수성을 전하면서 말린 두루마리가 스타디움 한가운데 펼쳐지기 시작했다. 실제와 이미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장면이었다. 종이가 펴지자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인간 붓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다수의 행위예술가가 오른팔에 부착한 형광물질이 백색의 바닥에 흔적을 남기면서 '천리강산도'를 완성했다. 공자의 3000 제자가 등장하면서 '활자 공연'이 뒤를 이었다. 활자의 발명을 형상화한 이 공연은 상형문자인 중국 문자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897명의 공연자가 10개월간 맹훈련을 한 결과였다.
춤을 추던 활자들은 인본주의를 상징하는 화(和)자가 그려냈다.
중국의 자랑 한자와 만리장성이 살아 움직이는 물체로 부활하자 관객들은 전율했다. 뒤이어 명나라 정화의 함대를 재현해 수천 개의 노를 지어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모습과 나침반을 절묘하게 연결했다.
개막식 성화봉송에는 왕년의 체조스타 리닝(李寧.45)이 201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리닝은 84년 LA 올림픽에서 마루운동과 안마, 링으로 3관왕에 올랐으며, 국내외 체조대회에서 총 106개의 금메달을 딴 중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다. 리닝은 와이어에 도움을 받아 하늘로 날아올라 경기장 벽면을 한 바퀴를 돈 뒤 성화에 불을 붙였다. 그가 '날아서 달리는' 뒤로는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베이징에 이르기까지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상으로 역대 주요 개·폐막식 연출 포인트를 살펴봤다.
역대 주요 올림픽 개·폐막식 비용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2020 도교올림픽 개·폐막식은 165억엔(약 1,732억 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은 668억 원이 소요됐다. 2016 리우 올림픽 개·폐막식은 5,590만 달러(약 643억 원) 정도가 소요됐다. 2012 런던올림픽 개·폐막식은 1억2천5백만 달러(약 1,400억 원) 2008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은 8억3100만위안(약 1,430억원)가 투입됐다.
올림픽 개·폐막식 비용 관련 자료가 상이해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2018년 2월 영국 가디언지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무려 7억 8천만 달러(약 8,200억 원)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많은 아이디어와 함께 큰 비용이 들어가는 올림픽 개·폐막식은 모든 연출가에게 꿈의 무대다. 세계 최고 연출가들이 펼치는 멋진 연출 장면을 지켜보며 신선한 영감을 받길 바란다.
3편 끝.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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